[일다] “난 오기로 살았어”

[이희연이 만난 장애여성] ‘준’의 임신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희연
[이희연이 만난 장애여성] 인터뷰  연재기사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마감합니다. <편집자주>
 ‘준’은 요즘 무척 행복하다. 몸은 피곤해 보이는데도 기분이 들떠 보인다. 조잘조잘 잘 떠들고 웃음이 맴돈다. 내년에 태어날 아기가 벌써부터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모양이다. 물론 걱정도 많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요즘은 아이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 그런 걱정도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떠올리면 이내 사라진다.

그녀는 뇌성마비 장애여성이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언어장애도 심한 편이다. 필자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훨씬 중증의 장애여성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혹여 몸에 무리가 오지 않나 굉장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그녀의 남편은 전동휠체어에 앉는 것도 초기엔 무척 조심스럽게 생각해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언어장애가 아니라면 말 한마디라도 쏘아줄 텐데”


▲ 뇌성마비의 중증장애를 가진 준, 그녀가 임신을 했다
“한동안 고생하더니 지금은 괜찮아?”
“응. 그런대로. 몸은 나아진 것 같아. 이제부터가 걱정이지 뭐.”
“왜? 아이 키울 일 때문에?”
“그것도 그렇고 내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몸이 더 꼬이는 것 같아. 목 디스크도 심하고 뇌성마비의 공통점이지. 그래서 올 가을에 검사 받아보려 했는데 아기 때문에 힘들 것 같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거의 모든 장애여성들이 목 디스크의 고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 역시 목 디스크로 인해 고생하고 있다. 불안정하고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되는 근육이 있어 균형을 잡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자세가 안 좋아지면서 힘이 한쪽으로 가고 디스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보통은 근육이완제를 처방해준다. 그런데 이 이완제가 너무 독해서, 기운도 없어지고 기억력도 약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준 역시 주사와 약을 번갈아 처방 받았지만 지금은 아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뇌성마비 여성이 출산을 하면 장애가 심해지는 확률이 많기 때문에, 그것도 무척 걱정된다고 했다.
 
“언어장애가 심한 편인데, 곤란했던 거 많지?”
“뭐, 수도 없지. 언어장애가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에 대해 지적 장애가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언어장애가 없으면 말 한 마디라도 좀 쏘아주기라도 할 텐데.”
 
정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뇌성마비가 있으면 지능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말투 하나하나 어린아이를 대하는 양 취급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나 역시 숱하게 겪은 일이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 한마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장애여성의 말을 들어볼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네 말 알아듣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서야 그녀의 말이 좀더 듣기 편한 듯하다. 같은 언어장애지만 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같은 말을 말해도 발음이 다르고 억양이 다르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사소통을 하고 싶고, 그 사람과의 친밀함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기다림도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내 목소리 듣고도 놀랐어. 저번에 언젠가 녹음한 거 들어봤는데, 나도 못 알아듣겠더라. 하하!”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언어장애가 있으면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한번쯤 긴장하게 된다. 그런데 긴장하면 더욱 말을 하기 힘들어지고, 생각나는 단어가 말로 안 나와 다른 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시설은 정말 없어져야 해” 

 
“언어장애가 심해서인지 모임 같은데 가면 좀 그래. 위축도 되고, 하지만 편한 곳에서는 수다쟁이야.”
“그래, 연극도 했잖아?”
“응. 연극을 하기 시작한 것도 자신감을 가져보려는 이유가 컸어. 사람들 많은데 가면 나도 모르게 수그러지는 그런 것을 좀 없애려고, 그 덕에 소극적이었던 내가 많이 변했지.”
 
그녀는 2004년부터 장애여성공감의 ‘춤추는 허리’ 연극 팀의 일원이었다. 지금은 잠시 연극 활동은 쉬고 장애여성공감 독립센터에서 반상근으로 일을 하고 있다.
 
“요즘 일은 재미있어?”
“응. 독립센터 일이 좋아. 내가 시설에 있어봐서 그런지, 시설에 있는 장애여성들 다 독립시키고 싶어, 시설은 정말 없어져야 해, 그게 내 목표야.”
 
준은 여섯 살 때부터 시설에서 생활했다. 시설에서는 감시도 심하고, 자신의 뜻을 마음대로 이룰 수 없어서 장애여성들이 더욱 상실감과 좌절을 느낀다. 하다못해 잠시의 외출도 허가를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곳도 많고, 사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설도 많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여러 가지 비리가 많다는 것, 정작 장애인들은 그 시설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장애로 인해 무시당할 때마다
 

▲ 준은 장애인들이 시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장애로 인해 제일 심한 좌절감을 느꼈던 게 언제인지 물어봐도 될까?”
 
언제나 이 질문은 조심스럽다. 나 역시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당황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하루하루 싸우며 산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음. 시설에서 장애남성 우선 밀어주느라 대학교 못 간 거, 난 학교 가서 국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참 아쉽지. 그리고 전에 여러 번 이력서를 냈는데 퇴짜 맞은 것이 기억나고. 시댁에서 장애가 있다고 인정 안 해주는 거.”
 
그녀는 지금 남편과 6년 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연애기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결국 결혼까지 이르렀지만 남편의 집에서는 준의 장애가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아직도 그 결혼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것이 정말 서럽다고 한다.
 
여러 좌절을 겪으면서 그녀는 오기가 커졌다고 한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나는 살아있고, 버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장애로 인해 무시를 당해도 오기로 사는 것. 이 사회의 장애여성이 지니는 공통점이 아닐까?
 
“시설에서 독립한 건 언제야?”
“2004년! 2004년부터 시설에서 나와 살았어. 같이 나온 3명이 함께 살았지. 엄청 싸우면서 하하! 근데 시설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닌 형태랄까? 그런 것이 좀 있어.”
 
시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 조심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시설에 있을 때도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독립하고 나서도 어느 정도의 관계는 맺고 있었기에 섣불리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 외엔 더 나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동휠체어 아니면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했을 거야. 평생 시설에서 살았을지도 몰라.”
 
그녀의 말대로 전동휠체어는 많은 장애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보조기구였다. 기존의 수동휠체어나 목발과는 달리 두 손의 움직임을 좀더 자유롭게 하고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동휠체어였으니 말이다.
 
전동휠체어는 생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그냥 걷기도 했지만 힘들었고, 외출할 때는 수동휠체어를 타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 후 스쿠터를 타기도 했지만, 이 역시 운전이 힘들고 좁은 곳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만큼 전동휠체어는 획기적인 기구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편한 지점도 많다며, 보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지만, 그녀의 몸을 생각하면 더 붙잡아두기 미안했다. 게다가 조심해야 할 시기인지라 더욱더 아쉬움을 접고 준을 보내주어야 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몸과 아기를 제일 우선으로 여겨야 할 시기이기에.



뇌성마비에 대하여: 출산 직후에는 식별하기 어려우나 증상에 따라서는 생후 8개월 경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며, 사람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분이 다르다. 주로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경직형’은 경련성 마비가 주로 나타나며, 근육이 당기고, 수족을 움직이는 것이 느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테토시스형’(불수의운동형)이 그 다음으로 많은데, 근육이 당기는 것이 시종 변화하여 자신의 근육을 자의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며, 자신의 뜻이 아닌 근육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긴장하면 더욱 중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강강형’은 근육이 단단하고 저항이 나타난다. 이러한 병의 형태는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언어장애, 시력, 청력 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성마비의 장애유형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장애여성마다 다 다른 장애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활동을 도와주고 싶다면 각각의 장애에 맞춰야 하며, 장애여성의 의사를 충분히 듣고 이야기 한 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8/08/22 [17:20] ⓒ www.ildaro.com



ㄲㅑ

by dapple | 2008/08/22 17:20 | 긁어오기 | 트랙백 | 덧글(0)

20080814 학원에서, 새로운 별명

  "선생님, 별명 있어요?"

     "없는데, 왜? 하나 지어주려고?"

  "네!"

     "궁금하네, 뭔데?"

  "비참한 인생!" ㅋㅋㅋㅋㅋㅋ

     "......그, 그으래, 선생님한테 잘 어울리는구나." -_ -



애들은 내가 올림픽도 못 보고 수업을 해야 해서 비참한 거라고 했지만,
실은 뼈 있는 농담처럼 들렸단 말이지.




by dapple | 2008/08/14 23:47 | only trivial | 트랙백 | 덧글(0)

전아리, 『시계탑』, 문학동네(2008)

어른들은 뻔뻔스럽다. 나는 그 뻔뻔스러움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고 태연스럽게 걸어나오는 단순한 뻔뻔스러움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자국을 남기고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는 여유. 진정한 뻔뻔스러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스스로가 뻔뻔스럽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때 비로소 제대로 뻔뻔스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뻔뻔스러워지기에 나는 아직 너무 소심하다. (pp. 71-72)

원하지만 결코 갖지 못할 것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지금 내게 그것이 없고 앞으로도 또한 없을 것임을 편히 인정하는 것이다. 허상에 대한 기대와 집착은 서글픈 욕망에 헛바람만 불어넣을 뿐이니까. (p. 114)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상처를 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존재여야 하는데, 그 의미가 버려지는 것을 감수할 만한 용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pp.135-136)

뻔한 레퍼토리다. 설령 진짜라 해도, 저런 이야기를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내게 아무렇지 않게 꺼내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는 자신의 불운한 과거 이야기를 들먹이며 동정심을 얻으려는 자존심 없는 인간은 딱 질색이다. (pp. 151-152)

불행에게는 틈을 보여선 안 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면역체계가 생기기도 전에 녀석들은 또다시 떼를 지어 덤벼든다. 정 강한 모습으로 견딜 수 없을 때는 도망이라도 가야 한다. 불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나약한 인간을 가장 좋아하니까. (pp.155-156)

이길 수 없는 것을 굳이 이기려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덤벼드느니 차라리 지고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 (pp.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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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ple | 2008/08/09 01:52 | 밑줄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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