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끔찍함 등이 문제 정부는 경위 밝히고 믿음줘야
- ▲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 확률이 얼마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상당한 수의 광우병 소가 오랫동안 유통된 영국에서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사람 수와, 소-인간 사이에 있는 종간(種間) 장벽 등을 고려해서 그 확률을 수천만분의 1로 잡기도 한다. 이 확률이 만약에 옳다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경우에도 수천만 번을 먹어야 그중 한 번 광우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인 800만분의 1,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인 100만분의 1보다 훨씬 더 낮은 확률이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이보다 훨씬 더 적다. 일본의 어떤 이는 이를 40억분의 1로 잡았다. 우리나라의 한 공무원은 이를 두고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함과 동시에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과 같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보기에 미국산 쇠고기를 무서워하는 우리 국민은 과학에 대해 무지한 채, 이성이 실종되고 유령이 출몰하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다. 괴담과 선동에 속는 이들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1969년 미국의 엔지니어 C 스타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죽을 확률이 사냥을 하거나 스키를 타다 죽을 확률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훨씬 더 위험하게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할 확률이 오토바이를 타다 죽을 확률 정도밖에는 안 되지만 사람들이 이 둘에 대해 느끼는 위험은 천지 차이였다. 그는 사람들이 스키, 사냥, 오토바이는 '자발적'으로 택하는 데에 반해, 마을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고 베트남 전에 징집되는 것은 '비자발적'이라는 차이를 발견했다. 즉, 사람들은 자발적 위험의 경우에 훨씬 높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었다.
스타의 발견은 '위험 인식'에 대한 숱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후 P 슬로빅은 보통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위험이 자발성의 변수 외에도, 위험의 원인에 대해서 모르는 정도, 피해의 끔찍함, 노출된 사람의 숫자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나 벼락을 그렇게 끔찍하게 두려워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이제 이러한 사고의 원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런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소수에 국한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슬로빅이 지적한 세 가지 기준으로 보면, 광우병과 원자력 사고가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끔찍한 위험이다. 이는 확률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위험'에 대한 오랜 연구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나 전문가는 광우병 같은 경우 확률로 위험을 계산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시민이 위험을 확률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재앙의 정도, 통제 가능성, 형평성, 후속 세대에의 영향을 고려해서 총체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대화의 의지, 투명한 정보의 공개, 신뢰의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는 '전근대적인 과학 개념' 운운하면서 광우병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총체적 공포를 무지와 선동의 결과로 몰아간다. 이는 위험을 증폭하고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확률 교육이 아니다. 위험은 정상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설명도 되지 않는다. 지금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 하나만 아는 전문가들이 과학의 이름을 걸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 by | 2008/05/14 21:52 | 긁어오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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